공학기술과 사회를 읽고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 일로 돈을 벌고 가족을 책임지지만 여전히 엔지니어링 즉, 공학이란 무엇이냐는 단순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나뿐만 아니다. 세상에는(적어도 내가 만난 엔지니어 중에는) 과학이나 수학의 세계를 공학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과학과 수학이 공학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공학을 잘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공학의 본질적 목표는 무엇이며, 엔지니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지 알지 못하면서 소프트웨어 공학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샌 스킬-업보단 공학이란 무엇인가에 좀 더 관심을 두고 「공학 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나 「맨발의 엔지니어들」 같은 조금은 덜 전문적이지만 딱딱하지 않은 책을 읽는데 시간을 내고 있다.

이번에(사실 포스팅으로는 처음) 소개할 책은 「공학기술과 사회」다. 공학에 대한 여러 가지 잡생각을 하며 퇴근하던 중 강남 영풍문고에 들르게 됐는데, 진열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학 기술과 사회 책표지
<그림 1. 공학 기술과 사회>

책 표지나 내용 전개 방식을 보면 다소 대학 교재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한국공학교육센터에서 공학소양 교과목 DB구축사업의 목적으로 연구비를 받아 집필됐다고 한다. 교재 같은 점만 제외하면 책 내용 자체는 제법 훌륭한 편이다.

엔지니어가 전공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으며, 기술이 전반적으로 사회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현재에 집중하여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지만, 사회에 있어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선 사회와 기술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눈앞에 놓여있는 기술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기보단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사회 속에 엔지니어와 기술의 책임은 무엇일지 고민해야만 엔지니어로서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때 이 책이 그러한 시작점으로써 좋은 지적 재료가 될 수 있다. 공학의 정의부터 엔지니어적 가치, 기술의 역사, 기술결정론이나 기술 사회적 구성론 같은 기술사회론도 일반인이 이해하고 받아드리기 쉽게 작성돼 있다.

앞으로도 공학의 본질적인 측면과 사회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엔지니어로서의 책임 범위와 중요한 덕목을 갖춘 그런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할 것 같다. 먼 훗날 한 사람의 엔지니어로서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나저나 모두 베이컨을 아는가? 먹는 베이컨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말이다(최근에 FRP 라이브러리로도 등장했다 -Bacon.js-).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베이컨은 공학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멋진 분인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초 서양에서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기술 진보를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속돼왔던 “기술에 대한 천대”를 종식시키려 노력했던 대표적 인물이 바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다. … 중략 … 베이컨은 발명을 통한 기술적 진보가 사회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함으로서 과학은 고상하지만 기술은 비천하다는 편견을 없애려 했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공학자의 인생을 살아나가자. 기술은 절대 천하지 않고 공학은 위대하다! 끝.